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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술정보 채종준(42) 사장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자신을 이끌어 가는 것을 결연히 거부한다. 학술논문 디지털화에 삶을 걸고, 걷고 있는
발자국 사이 사이에서 신념 이상의 무엇을 엿보이게 하는 그만의 독특한 환경지배론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을 주변상황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상황을 만들어 간다는 것.날카로운 눈빛에서 풍기는 신중함과 무수한
역경을 이겨낸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자연스런 강인함.
채 사장은 경영관을 묻자 대뜸 `아직 경영관이 없다'고 답한다.
다만 주어진 환경에 적응해 살아남는 것, 나아가
그 환경을 이끌고 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뿐이라는 것. 채 사장의 삶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같은 담백한 대답이 바로
지나친 겸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벤처 사장 대부분이 가진 화려한 경력과는 판이
하게 다른 그의 이력에서 그간 쏟아부은 땀과
눈물이 결코 녹녹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채사장은
"새끼줄 하나를 꼬더라도 땀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라고 강조한다.
벤처기업일수록 밑바닥부터 쌓아온 풍부한 경험과 노력이 켜켜이 쌓여 있어야 한다는 것. 쉽게 얻은 것은 그만큼 쉽게
사라진다는 진리를 빗대어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이른바 `무늬만 벤처'를 향해 따끔한 일침을 놓는다.
채 사장이 지금의 한국학술정보를 만들면서 겪어온 면면을 살펴보면 이같은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지난 95년 철거지역
무허가 건물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후 97년에 이르기까지 채 사장이 이뤄낸 것이라곤 부채 7억원. 같은 처지라면 대부분
자살을 택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는 게 채 사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지금 포기하면 존재 자체가 무의미해진다는
두려움은 오히려 그를 일으켜 세웠다. 수익모델이 확실한 벤처신화의 성장은 부채 7억원을 딛고 일어선 오뚝이 신념에서
시작됐다.
첫 직장에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책과의 기나긴 인연에 대해 묻자 그는 그저 우연이라며 웃는다. 남들이 흔히 생각하듯
원대한 포부나 애착이 있었던 것이 아니며, 단지 우연히 책과 한 몸이 되었다는 것. 현재 한국학술정보가 진행 중인
`E북' 사업과 관련한 채 사장의 설명에서도 이같은 면을 발견할 수 있다. 인류의 시작에서부터 정보는 여러 형식으로
표현돼 왔으며, 그 집약물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은 시간이 지나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나아가 모든 유통이 컴퓨터로
이뤄지는 시기에는 책이 다루는 여러 정보들이 컴퓨터에 실릴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설명이다.
끝없는 지적 호기심과 욕심도 채 사장을 책에 묶어 두는 요인이 되고 있다. 조금이라도 궁금하거나 알아야 된다는 생각이
들면 거침없이 덤벼들어 기어이 머리와 가슴 속에 정보와 지식을 담아둔다는 것. 독학으로 일본어를 마스터한 것도 이같은
지적 욕구에서 기인한다.
나아가 이같은 믿음이 채 사장이 여러 역경을 겪어 오면서도 흔들리지 않고 사업을 이어올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는
것이다. 채 사장은 많은 돈을 벌어들인다 해도 이른바 사회환원을 할 생각이 없다. 자신의 호주머니에 담고 가겠다거나
자식에게 모두 물려주겠다는 뜻이 아니다. 자신의 신념이 어린 회사에 100% 재투자, 또 재투자를 거듭해 회사가 발전할
때 진정한 사회환원이 아니겠냐고 채 사장은 반문한다.